역사와의 얄팍한 조우 - 김민기의 가명 '김아영'과의 대화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5/05
역사(?)와의 얄팍한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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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의 향방을 결정하는 높은 자리에 있거나 거대한 기업의 진로를 선택하는 위치에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어깨가 짓눌릴 수 있겠으나 (물론 그런 책임감 따위 없는 인사들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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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하루 하루 밥 먹고 월급에 상응하는 일처리하고, 하루 장사하고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과 아웅다웅하다가 잠자리에 들게 마련이다.   일상을 살아갈 뿐인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6월항쟁이나 촛불항쟁 정도가 벌어지면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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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주 가끔 자신이 '역사의 현장'에 있음을 느끼거나 '역사의 목격자'가 된 듯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거창하고 위대한 일 뿐 아니라 비루하고 소소한 것일지라도 사람들 뇌리에 찍힐만한 것이면 역사의 범주에 들어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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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나는 유영철이 체포되는 역사적(?) 현장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영철이 광역수사대에 잡혀갔다가 간질 흉내를 내며 형사들을 속이고 탈출을 감행한 뒤, 비상 걸린 경찰에 영등포역 근처에서 체포됐는데 바로 그날 나는 영등포역 근처에 있었고 억센 사내들이 한 남자를 둘러싸듯 잡아채서 가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나와 눈이 1초 마주치기도 했던 그가 유영철이 맞다면 나는 희대의 살인극의 종결을 지켜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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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이라 할,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사람들과 교유하거나, 딱히 교유까지는 아니어도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고 사인이라도 받는 것 역시 가슴이 뛰는 일이다.  한창 '노래운동의 시조' 김민기를 얘기할 때,  대학 시절 과 친구 녀석이 대수롭지않게, 그야말로 대수롭지않게 "김민기? 나 잘 아는데......" 라고 말할 때 "자슥아 웃기지 마. 니가 어떻게 알어?" 반박했던 것 나뿐이 아니었고,  그 마음의 원천은 불신감 반 질투심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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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이 어 진짜인데 억울해 하고 김민기가 (당시) 몇년 전 늦장가를 갈 때  비가 무...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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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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