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12) 탄약고 보초병의 반격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21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비상 상황이 아닌 한 비서실 사무실에서의 근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반나절까지 이어졌지만, 평일이나 휴일 사무실에서 업무가 끝났다고 그날 하루의 모든 근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내무반에서는 또 다른 근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내무반 불침번과 탄약고 보초 근무였다. 불침번은 저녁 9시 점호를 마치고 10시 취침 시간부터 다음 날 아침 6시 기상 시간까지 내무반 안에서 1시간씩 순번을 정하여 근무를 섰다. 근무자는 평상시 전투복에 불침번 완장을 차고 총을 메고 내무반 출입자를 통제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도난을 감시할 뿐 아니라 응급환자 발생 등에 대비하였다. 내무반 안에 서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모두 잠든 시각에는 내무반 한구석에 앉아 흐릿한 전기불빛 아래 책을 읽는 경우도 많았다. 근무 연수가 오래되어 제대가 가까운 고참병은 불침번 대상에서 열외를 시켜 예우하여 줬다. 
 근무자는 자신의 근무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 다음 근무자를 깨워 임무 교대를 하게 되어있으나, 간혹 다음 차례가 현 근무자보다 고참병인 경우 깨워도 무시하고 일어나지 않아서 졸병 혼자서 몇 시간씩 불침번 근무를 서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불침번은 내무반 외곽의 탄약고 보초 근무 교대 시간에 맞춰(30분 전) 다음 보초 근무자를 깨워서 보초 근무지로 보내어 교대시켜줘야 했다. 

보초 근무지는 내무반에서 20여 분 거리의 외딴 언덕에 있는 탄약고였는데, 영내 도로에 인접한 야산 방향으로 좁은 산길을 5분 정도 올라가면 보초 초막이 나왔다. 초막은 땅을 파서 평평히 고른 후 그 위에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지붕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출입구를 제외한 사방이 가슴 아래 높이의 벽으로 막혀있었다. 일체의 조명 설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그믐날 밤에는 피아의 식별이 안 될 정도로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전투 복장에 철모를 쓰고 소총을 멘 채 서서 전방을 주시해봐야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방에 귀를 기울여 바삭거리는 인기척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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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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