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레터

누군가의 집권에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을 두고 ‘킹메이커’라는 표현을 씁니다.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 아님을 생각하면, 집권 정치인을 두고 왕을 연상하는 것이 그렇게 이례적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을 비판적으로 씁니다. 우리는 쉽게 대통령을 군주에 비유하면서도 왜 군주와 같은 대통령을 거부하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대통령과 왕의 근본적 차이는 권력의 원천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왕권은 핏줄에서, 또는 신에게서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의 선택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이것이 대통령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헌법을 위반했다면 탄핵당할 것이고, 법률을 위반하면 임기 후 법적인 대가를 받습니다. 잘못된 정책적 판단이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질 때는 언론을 비롯한 사회의 지탄을 받고, 때로는 대국민 사과와 같은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스크 부족 사태와 일상회복 중단, 수도권 집값 폭등 등의 일로 고개를 숙여야 했죠. 이 모든 ‘대통령 통제’는 선거결과가 대통령의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주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달리 말하면, 국민은 대통령을 왕으로 세운 적 없습니다.

그럼 누가 대통령을 왕으로 만들었습니까? 수많은 논문의 내용을 다 적을 수 없으니 한 예를 들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10조 원대 가덕도 신공항의 예타 면제를 시도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선거 당시 공약으로도 언급됐습니다. 여기에 국회 여당은 특별법을 통과시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예타를 기재부장관이 면제할 수 있도록 못박았습니다. 국회가 만든 법을 대통령이 피했고, 국회가 다시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킹메이커’는 국민이 아니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