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없어도 안 되고, 있어도 안 된다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4/09
내일은 좋아질거야.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거야.

이른 저녁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정성스럽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의 기도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다. 안 좋았던 오늘이 아니라 좋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향한다. 나도, 엄마도 그렇게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대자가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엄마가 잠이 들면 나도 빨리 눕는다. 피곤이 몰려온다. 눕고 싶다. 자고 싶다. 엄마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안 좋을수록 엄마를 빨리 재우고, 나도 빨리 잠이 든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룻밤 사이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리 없는데, 마음으로는 그런 기적을 바라게 된다. 로또 같은 건 평생 바래본 적도 산 적도 없는데 간병하면서는 로또 같은 희망을 넘보게 된다. 그런 희망이라도 없으면 간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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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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