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촉진정책을 제안합니다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4/01/08
‘저렴식’을 찾아 먹습니다. 저렴식을 파는 식당에 가면 그 집 메뉴판을 사진 찍어 옵니다. 엊그제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연한 고기 듬뿍 들어 있는 진국을 소주까지 곁들여 먹은 광화문의 설렁탕집에서도 메뉴판을 찍었고, 그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들른 동네 우동집 메뉴판도 찍어 왔습니다.
   
나와 친구들이 좋아하는 ‘저렴식’은 ‘값싼, 저렴한 음식’입니다. 건강에 좋다는, 소금을 덜 넣은 음식은 ‘저염식(低鹽食)’, 우리가 찾는 음식은 ‘저렴식(低廉食)'입니다. 아직은 나와 친구들만 쓰고 있으나 저렴식 찾는 분들이 적지 않으므로, 이 말도 곧 유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렴식 파는 식당이 반가운 이유는 외식비가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말 많이 올랐어요. 설렁탕 냉면 삼계탕 삼겹살 순두부 감자탕 치킨 등 대중적 메뉴들이 우리의 ‘심리적 외식비 마지노선’인 1만 원을 넘어선 건 벌써 오래고 어떤 것들은 조만간 2만 원도 뚫을 기세입니다. 사교에 꼭 필요한 소줏값까지 보태면 ‘N분의 1’이 2만 원을 풀쩍 넘어설 때가 대부분입니다. 
2024년 서울 한복판에 9,000원짜리 설렁탕집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물론 아직 1만 원 안 넘은 짜장면과 김밥, 라면이 있긴 합니다만, 짜장면은 탕수육에 소주 혹은 배갈을 같이 먹어야만 완성된 식사가 되니 이 모두 합하면 인당 1만 원 넘어가고, 김밥과 라면은 사교적 자리에서 먹을 메뉴는 아니지요. 김밥 전문집에서 노인들이 김밥 두어 줄과 라면 각 한 냄비 시켜 놓고 엉덩이 무겁게 오래 앉아 시국까지 논하면 일터와 독서실 같은 곳에서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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