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윤리

soulandu
soulandu · 영상, 방송
2024/04/12
사내에도 정치란 것이 있다. 온갖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추구하다보니 다툼도 생기고 방향도 제각기다. 그리고 아쉽게도 (아마 회사생활하는 모든 분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겠지만) 정말 엉망인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어느 회사나 그렇듯이 형님 동생 하면서 잘 모이고 라인을 잘 타는 사람들의 정치력은 실무 능력을 압도한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가서 그게 실력이라고 주장하곤 하는데 그게 꽤 잘 먹힌다. 그러니

그 사람 능력 좋아.

라고 말할 때 반드시 따라 붙어야할 질문이 바로 이거다. 그러니까 어떤 능력?

능란하게 분열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마이너들이 주로 쓰는 전략이다. 안정적인 전체 판을 흔들어야 틈이 생기고 그 틈이야말로 비집고 들어가야할 공간이다. 그래서 흔든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이 괜찮은 지 아닌지를 떠나 자신의 입지를 더 유리하게 창출해내기 위해 전체를 조각으로 나누는 작업. 

한 번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공동체의 붕괴는 굉장히 쉽다. 혁신보다 혁명이 쉬울 수 있다는 게 이런 말이다. 내부의 룰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로 지난한 작업이다. 하지만 박살난 판을 새로 올리는 과정에서는 빈 자리들이 넘쳐 난다. 어디든 하나 주워가져가는 게 이득인 사람에게 공동의 목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고 이제 과정의 윤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화술이 능하고 합리적인 논리를 펼치는 기술이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능력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중요한 것일때에나 소중하다. 크고 작은 토론들을 보며 드는 피로감은 그래서다. 무엇을 위한 언변인가보다 언변 그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그 누구보다 강력하게 배제하고 자신의 입지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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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지겨울 때 이것 저것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주로 정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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