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 파헤쳐 내야 할 것들.

정기훈
정기훈 인증된 계정 · 씨네필, 한량, 이것저것 합니다.
2024/03/11
다음 맥스무비
드러내고 싶지 않고 가능한 오랫동안 덮어두려 하는 것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그런 것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숨겨왔던 것’과 어떤 형태로든 마주해야 할 때가 오기도 한다.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것을’ 그대로 숨기고 살아갈지. ‘그것을’ 극복할지. 이것에 대한 영화가 <파묘>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그토록 파헤치고 싶었던 게 뭘까. 

<파묘, 숨기지 않는 직관적인 이야기>

주인공 상덕, 그의 파트너 영근 그리고 젊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각자의 분야에서 죽음을 대하는 인물들이다. 돈을 밝히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들은 몸담은 분야에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는 지키고자 하는 프로들이다. 상덕이 묫자리의 흙을 손으로 긁어 맛보며 명당인지 악지인지 골라내는 장면이나, 대통령을 염했던 상덕의 경력과 가게에 걸린 국장 사진들이 그들의 업력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네이버 영화 - 파묘
척하면 열을 아는 화림과 봉길의 눈치와 굿판을 벌일 때 크록스를 벗어놨던 장면들도 그러하다. 의복에 연연하지 않는 진짜 실력자처럼 보였다. 단순히 젊은 무당이 아니라 세련된 무당으로 보이게끔 연출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또는, 요즘 젊은 무당들이 있다면 진짜 저렇게 입고 다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어느 하나 숨겨진 부분이 없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메시지도 직관적으로 던진다. 1945, 0815, 0301 같이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키는 자동차 번호판이 그러하다. 이 영화는 차의 옆모습이나 운전자의 모습을 앞에서 보여주는 장면보다 뒷모습을 화면의 중앙에 위치시키고 노출시간도 길다. 심지어 코너링 장면에서도 끝까지 차 번호판을 카메라는 따라간다. 이렇게까지 관객에게 친절을 부려도 되나 싶었다. 이 차들을 타고 다니는 인물들이 마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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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영화 그 이외에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집니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여러 우물을 깔짝 깔짝 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록하려 합니다. 윤석열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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