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이 빛나는 밤에] 아침마다 온 가족이 벌레를 먹었다

이시백
이시백 · 구름 구두를 신은 이야기보부상
2024/05/09
갈색쌀거저리 (두산백과)
보릿고개를 넘어서고, 어느 정도 먹는 문제에서 벗어난 60년대 말경에 느닷없이 등장한 벌레가 있습니다. 
카스텔라나 식빵을 먹고 사는 검은 벌레는 지금 들으면 충격적이겠지만, 집집마다 기르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식용하였지요. 
까만 딱정벌레처럼 생긴 벌레는 일설에 의하면 월남에서 들어왔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월남전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온 군인들을 통해 전해진 건강식품인듯합니다. 
카스텔라가 담긴 상자 속에 빈대처럼 생긴 딱정벌레를 집어넣으면, 빵을 파먹고 살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을 합니다. 산 채로 물과 함께 목안으로 삼킨 벌레가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아침마다 비타민제를 복용하듯 집어삼켰을 뿐이지요. ‘빵벌레’라 불리던 벌레를 식용하는 것이 유행하던 당시에는 아버지가 시범적으로 벌레를 물잔에 담아 시식을 하고,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들에게 차례대로 먹이는 것이 당시의 일상적인 아침 풍경이었습니다. 

근래 들어 필리핀에서 정력제로 ‘한국 빈대(Korean Bug)’가 고가로 거래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벌레를 말하는지 모르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그 벌레를 건강식으로 먹어서 정력이 강하다고 믿는다 합니다. 필리핀에선 한국사람들이 지금도 그 벌레를 흔히 먹는 것으로 알아 어떻게든 구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하네요.
유럽이나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은 빈대에게 시달린 경험들이 적잖다고 합니다. 순례의 명소로 알려진 산티아고의 숙소에서도 빈대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한때 밤잠을 설치게 했던 빈대는 요즘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 중에 ‘한국 빈대’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가장 유력한 것이 예전에 집집마다 아침에 삼키던 ‘빵벌레’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김새로 보자면, 빈대를 닮은 듯도 합니다. 

‘빵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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