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냄새를 맡는다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08
출처-픽사베이
● 식물도 냄새를 맡는다
   
   식물에 대한 오해는 이동성을 갖지 못하고 땅에 뿌리를 박고 산다는 사실만으로 식물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서 온다. 그렇다면 식물은 동물의 주요 특징인 성(性), 오감(五感), 동족·친족·가족 등을 구분하는 관계 인지 등의 측면에서 동물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수억 년의 나이로, 식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은행나무는 대다수의 동물들처럼 다른 개체의 암나무와 수나무로 살아간다.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구분되어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거의 모든 식물들이 암꽃과 수꽃이 확연히 다른 성(性)적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성적 구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감각은 어떨까? 식물에게도 다양한 감각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사례가 많다. 폴커 아르츠트의 『식물은 똑똑하다』에는 식물의 후각에 대해 밝힌 사례가 있다.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못하는 기생식물 ‘실새삼’은 기생근이라는 촉수를 만들어 숙주가 되는 식물을 감고 그 식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한국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식물이다. 

   미국실새삼의 숙주는 토마토다. 싹을 틔운 실새삼은 토마토를 찾지 못하면 영양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죽게 된다. 문제는 실새삼이 어떻게 토마토를 찾느냐에 있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냄새로 토마토를 찾아냈다. 여러 식물들을 두고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토마토였다. 토마토가 가진 느낌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토마토가 들어있지 않은 빈 통에 토마토 향만을 뿌려서 실험을 했는데 놀랍게도 향을 쫓아갔다고 한다. 미국실새삼이 특정의 냄새를 정확히 인식하는 후각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후각을 얘기할 때 개와 돼지가 자주 등장한다. 개의 후각은 인간의 100만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돼지는 개보다 후각이 뛰어나다. 유럽에서 세계 삼대 진미로 꼽히는 식재료인 송로버섯을 찾는데 돼지를 이용하는 것도 그 때문...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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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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