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거대한 미술관이 되었다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18
아니야. 나는 고맙지만 싫다고 대답했다. 한 장소에 너무 많은 아름다움이, 너무 많은 천재성이, 너무 많은 우아함이, 너무 많은 재치가, 너무 많은 광휘가, 너무 많은 부가, 너무 많은 벌거벗은 몸이, 너무 많은 가슴이, 너무 많은 엉덩이가, 너무 많은 경이로운 것들이 몰려 있는 미술관을 난 좋아하지 않아. 그 결과가 어떤지 보라고. 밀집된 작품들이 한 곳에 빽빽하게 몰아놓은 가축 떼처럼 서로를 짓누르잖아. 각 작품 고유의 특성들은 이내 질식해버리고. 나는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미술관의 잘못된 점은 바깥으로의 이동이 늘 너무 거칠게 이루어진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된 채 밖으로 나서게 된다는 거지. 우리가 시시하고 다시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감압실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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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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