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그런 일이 있을수도 있는 곳

남궁민
남궁민 인증된 계정 · 판교와 여의도 사이
2023/01/03
화곡동에서 만나 가족이 된 시루
복도의 전구는 2년 내내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수명이 다했거나 고장난 건 확실했다. 하루에도 여러번 거길 오가는 어느 주민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 전구가 누구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여섯 가구가 낑겨서 사는 화곡동 빌라에 살던 때다.

2019년에 '대한민국에서 빌라에 산다는 것은'이라는 글을 썼다. 상경하고 내내 살던 학교 앞 원룸을 나와 처음으로 대출이란 걸 받아 이사를 갔다. '내 방'이 아닌 '내 집'이라고 부를만한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앱을 켜보니 내 여건에 갈만한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살면서 처음가본 까치산이란 곳이다.

며칠 만에 여기가 끄트머리란 걸 알았다. 적어도 내가 살던 빌라촌은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는 불안을 품은 내 또래와 여기서마저 밀리면 끝이라는 노인들이 살았다. 관리비가 없다는 건 아무런 거버넌스가 없다는 것, 쓰레기장이 따로 없다는 건...
남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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