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벗자!” 우리는 서로의 안전 장치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8/01
에디터노트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원래 그런 건 없어” 2030 여성 연대 첫 토크쇼가 열렸다. 비가 쏟아지던 평일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오기로 약속한 모두가 참석했다. 덕분에 온라인 젠더 폭력 피해생존자 노라, 루마, 가넷 세 명과 변영주 영화감독 모두 설렘을 안고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alookso 유두호
토크쇼 중반, 본격적으로 온라인 젠더 폭력을 겪은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현장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Q. 현재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자(원고)의 상세 주소 등 인적 사항이 가해자(피고)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민사소송 과정에서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지금 이 문제를 겪고 계실 것 같아 너무 걱정됩니다. 저는 인적 사항이 피고인에게 노출되는 문제 때문에 민사소송을 모두 포기했어요.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 났더라고요, 앞서 질문하신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요. 빠르게 시행되면 좋겠습니다.”

비동의 유포 피해생존자인 노라는 지난 수년간 사법기관에 신고하고 범인을 검거해 재판정에 섰던 경험을 꺼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피고인이 처벌받는다고 과연 내 지난 시간과 아픔이 보상받을 수 있을까? 추가 유포가 너무 심하게 수년간 이어지고 있었고, 제 돈과 시간을 들여 어디 유포됐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그동안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받고 합의했는데, 제 데이터로 봤을 때, 피해 보상금을 받으면 피고인 형량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러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피고인이 내게 얼마를 주던, 그건 정말 최소한의 피해 보상금이다. 내가 돈을 받는다는 게, 피고인의 처벌을 불원하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나는 최소한의 피해보상을 원할 뿐이다’라고 명확한 뜻을 밝혀 저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변호사님은 변호인 의견서로 강력하게 주장해 주셨어요. 선고일을 기다리던 중, 변호사님이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사건 담당 판사에게 전화가 왔다는 거였어요.

‘피고가 피해보상금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선고일을 연기해달라고 해서 요청을 들어줬습니다. 연기되는 동안 저희가 피고에 대해서 어떻게 형량을 낮출지 고민하려는 게 아닙니다. 피해자분께서 형사 기간 내에 돈을 받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연기 요청을 들어줬습니다. 혹시라도 감형해 주려 한다고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립니다. 참고로 피해자 분께서 피해보상을 받으시는 것과 별개로, 형은 똑같이 주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노라는 잠시 거울을 응시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얼마나 열심히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지에 따라 온라인 젠더 폭력, 피해생존자를 보는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N번방’이라고 일컫고 있는 형태의 디지털 성폭력 사건 이후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형량이 바뀌었고, 피해자의 일상을 회복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디지털 성범죄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보는 인식이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많다. 이어서 논의해야 할 이야기가 청중 사이에서 자연스레 터져 나왔다.


원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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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성착취 활동가 추적단불꽃 단, alookso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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