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이 당신에게는 '특권'이 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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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

4년 전에 유럽여행을 갔었다. 
대학을 졸업한 그다음 해에 떠난 여행이었다. 

서유럽으로 떠나는 한국인들은 보통 첫 번째 국가를 영국 아니면 프랑스로 잡는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나도 영국 런던으로 입국했다.

런던은 새삼스러운 도시였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했다. 런던아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본 탓에 지겹게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내 오랜 동네처럼 편안하다가도 갑자기 한국과는 다른 현실의 모습이 보일 때는 문득 낯설어졌다.

이다음으로 내가 내뱉을 문장은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내가 경험이 모자라 당시에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런던에서 며칠 보내다 보니 이런 감상이 들었다. 

‘런던에는 장애인이 정말 많구나.’

내 시야 안에는 거의 항상 장애인이 있었다. 
팔이 하나 불편하거나, 걸을 수 없거나, 목소리 대신 손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 곁에서 함께 걷고, 관광하고,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런던이 사람이 많아서 그만큼 장애인도 많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인구수는 서울이 백만 명 가까이 더 많았다.

이 생각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는 장면을 보고 난 후 완전히 뒤집어졌다.
 
나는 앉을자리가 없어 버스의 뒷문 근처에 서 있었다. 
낯선 동네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무조건 출입문 근처에 있는 게 베스트다. 그래야 내릴 곳을 지나쳐도 재빠르게 뛰쳐나갈 수 있다. 

활짝 열린 뒷문 너머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그의 보호자가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저분들이 버스에 빨리 올라타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테니,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건 내 기우였다. 
그들을 재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버스에 타는 두 사람을 기다렸다. 

이제야 안 거지만 저 생각 자체가 이상했다. 
왜 그들에게 짜증을 낼 거라 생각한 걸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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