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본드걸? '007'의 고민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4/18
동네 구멍가게 하나도 10년을 버텨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년을 넘어 20년, 30년, 어느덧 체인점이 몇 개라거나 어느 음식의 원조라거나 몇 대째 이어 영업을 한다거나 할 정도가 되면 틀림없이 고객을 사로잡는 저만의 비결이라 할 것이 있을 터이다.
 
영업점 하나도 그러할진대 어마어마한 자본과 두뇌가 뒤엉켜 싸우는 영화시장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나 들고나는 속도가 빠른 액션, 첩보장르에서 60년 넘게 그 아성을 지켜온 시리즈라면 관객을 반하게 하는 매력이 틀림없이 있는 것이다. 60여 년의 역사, 25편의 작품을 이어온 < 007 >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여서 사람들은 다른 첩보액션물과 구분되는 < 007 >만의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 007 > 시리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 시리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극장에 가서 보기를 기대하는 것 말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상징은 역시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될 테다. 하나는 본드걸, 다른 하나는 신기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도구다. 이 두 가지를 빼놓고서 이 유서 깊은 시리즈를 논하는 건 무리일 밖에 없다.
 
▲ 007 스펙터 포스터 ⓒ 소니픽처스

미녀와 신무기, 다시 되찾은 시리즈의 상징들

시리즈 24번째 영화 < 007 스펙터 >는 잠시 밀어두었던 시리즈의 상징들을 다시금 껴안으려 시도한다. 어느덧 나이가 들었으나 여전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녀였다는 상징성을 간직한 모니카 벨루치, 또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중 하나인 레아 세두를 기용해 제임스 본드의 여자, 즉 본드걸로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몇 편의 영화에선 잘 보이지 않았던 장비들을 전면에 배치해 본드가 위기를 탈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끔 한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별반 대수롭지 않은 설정이지만, 지난 몇 편의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는 제법 흥미로운 선택이다. 2000년대 초반 들어 존폐의 위기란 말이 나돌 만큼 어려움을 겪은 시리즈가 새로이 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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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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