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뼈>, 기형도 : 사회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루덴스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2021/11/25
<소리의 뼈>,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을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기형도 시인의 <소리의 뼈> 라는 시입니다.
시에서 김교수는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비상식적인 학설을 발표하고 강의까지 개설합니다.
그리고는 수업시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죠. 학생들은 소리의 뼈가 무엇일까에 대해, 각기다른 여러가지 견해를 피력합니다. 여러분은 소리의 뼈가 어떤 의미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회학 연구자입니다.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이죠.
사회학자가 하는 일도 '소리의 뼈'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학자들은 다양한 개념과 방법론을 활용하며, '사회'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설명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차별', '여성혐오', '젠더', '계급', '계층', '억압', '폭력' 등과 같은 개념들이 대표적이죠.
사회학자들조차 위 개념들을 모두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에서 학생들이 '소리의 뼈'가 무엇이지 고민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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