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씨
복사씨 · 비난의 고통을 공론화의 에너지로!
2021/11/09
아.. 이러한 구전 노래에 유머러스한 코드로 혐오의 레테르를 붙이는 건,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필자께서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셨듯이, 이 노래는 냉전체제와 식민제국체제의 상처들이 남아있는 형태인 거 같은데요. 소재 자체는 흥미로우나, 역사적으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여 상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을 '혐오'라는 이름으로 규정하는 건 정말 조심해야 할 거 같습니다.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이 나치를 증오하는 표현을 쓴다 해서, 그것을 혐오라고 규정하지 않잖아요. ㅠㅠ

이본이 많은 구전 판본 텍스트는 인상비평이나 신비평보다는 역사전기비평으로 더욱 정밀히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억압과 승화와 해학과 분노가 키치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형태의 노래지만, 이것을 '전통적인 혐오 콘텐츠'라 규정하는 순간, 역사적 비극 속에 희생당한 약소국의 피해자들이 타국에 의해 쉽게 조롱당할 위험도 있고요. 물론 그런 의도로 쓰신 게 아니시겠지만, 냉전과 제국 체제의 역사적 비극 속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 너무 많아서, 이 노래를 혐한적 태도를 보이는 인터넷 댓글과 동등한 좌표로 이야기해서도 안된다고 판단합니다. 인과관계에 무심한 채 출처불분명한 역사적 자료를 뒤죽박죽 가져다 쓰는 것도 경계되어야 할 부분입니다.(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이런 콜라주에 관대하긴 합니다만...ㅠㅠ)

오늘날 국민간 분열과 적대의 정서가 발생하는 기원들이 저 노래의 어디쯤에 있기도 한데요. 아직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좀더 고려해주심 좋을 거 같아요. 게다가 신규 얼룩커에게 해주신 아래와 같은 조언은 선한 격려의 동기로 하셨을지라도 공론장에선 경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님의 글에 좋아요, 를 누른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요. 이 공론장에서 좋아요를 천 개 이상 받으신 분이 이런 관점을 권하신다는 건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심지어 아래의 글도 좋아요를 20개가 넘게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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