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독박이 위험한 이유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05
엄마 간병을 한지 만 4개월이 되었다. 간병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 내 몸과 마음은 엄마의 컨디션의 종속변수다. 엄마의 컨디션이 좀 괜찮으면 나도 덩달아 좋고, 엄마의 상태가 나쁘면 나도 축 쳐진다. 엄마의 컨디션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엄마의 컨디션이 하락세를 이어갈 무렵에 아빠가 외출하여 반나절 정도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다. 그날따라 엄마는 자신의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고 사방으로 휘청거렸다. 그 와중에 루틴대로 엄마를 씻기겠다고 욕실에 데려가서 목욕을 시키면서 지옥을 경험했다. 내 몸을 덮칠 것 같은 엄마의 몸을 지탱하고 바위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으려는 엄마를 이동시키면서 잘못하다간 엄마 몸에 깔려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바에는 같이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스쳤다. 어찌어찌 목욕을 끝내고 엄마를 침대에 누이고 엄마가 잠이 들자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몸이 아프고 욱신거리기도 했지만, 마음 속의 악마를 마주하는 것이 더 괴로웠다. 다행히 더 늦지 않게 아빠가 돌아왔다. 반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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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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