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침착맨만 쳐다보는 나. 오히려 좋을지도?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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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아홉 개의 유튜브 비평을 쓰면서, 어떤 유튜버의 팬임을 밝힌 적은 없다. 조심스레 밝혀본다. 나는 한국인이다(침착맨 좋아한다는 뜻). ‘나만의 작은 침착맨’이 구독자 50만이 되기 이전부터 즐겨봤는데, 지금은 180만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상업) 유튜버’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인디씬의 가수가 갑자기 주류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되면 느낀다는 일명 ‘홍대’식 정서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 정도로 침착맨을 좋아한다.
Ⓒ 유튜브 채널 '침착맨'의 인트로
침착맨이 운영하는 <침투부> 채널에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다. 그와 좋은 호흡을 자랑하는 주호민 작가와 만든 ‘침펄토론’, 여러 주제를 놓고 토너먼트식으로 선호/비선호를 꼽는 ‘월드컵 시리즈’, 맛 없게 먹고 요리 못해서 ‘킹’ 받는 ‘먹방’과 ‘쿡방’, 그리고 침착맨의 목소리로 듣는 ‘삼국지 이야기’까지. 이 외에도 너무 많은 콘텐츠들이 있다(침착맨 라디오를 표방하는 ‘왕십리로 날아온 편지’도 클래식이다). 이 콘텐츠들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정말 쓸 데 없는 주제를 놓고 침착맨과 출연자들이 ‘뇌절’하는 꼴을 보고 혼자서 킥킥대는 거다.*


침착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친구’다. 침착맨에게 이른바 ‘개청자’라 불리는 시청자들은 유튜버를 역으로 ‘개방장’이라 부르며 동등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양자 모두 방송 콘텐츠 제공자와 구매자 혹은 시청자의 관계라기 보다는 서로를 놀리고 조롱하면서 우정을 확인하는 ‘친구’로서의 의미화를 선호하는 모양새다. 이는 특히 침착맨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민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초빙한 전문가들이 긴 강의를 이어갈 때면 부쩍 체력이 달려하는 침착맨을 시청자들은 놓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광고 방송에서마저 광고 수용자 혹은 소비자가 아니라 ‘광고 방송이 하기 싫어 영혼 없이 멘트하는 병건이’를 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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