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2/11/30
유시민 씨는 20년 정도 시간 동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논객이셨습니다. 이 분에게서 독설을 떠올리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이 분의 날카로우면서도 유머와 여유가 있는 비판의 방식을 좋아했습니다. 상대를 비판하면서도 그 상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하고 조언해주는 따뜻함 내지는 객관적인 자세가 좋았구요.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말이 비난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저는 그런 솔직한 자기 인정도 좋았고, 분노하거나 조롱하기보다 자기와 남을 동등한 위치에 놓고 분석하고 평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여유가 사라지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씨의 글 전문에는 제가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 그 성향을 유지하고 있음을 스스로 강조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즉, 자신은 박지현이나 조금박해를 미워하지 않으며 다만 그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조금박해’와 사적 인연이 없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고달프다고 하는 당내 비주류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직접 듣지 못했다. 왜 그랬고 왜 여전히 그러는지, 언론 보도나 인터뷰를 보아도 알기 어려웠다. 박지현 씨가 솔직하게 말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중략) 나는 박지현 씨와 ‘조금박해’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혹시 비판할 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판한다.

여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논객 분들의 접근 방식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일단, 자기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미워하거나 폄하하는 대신 동등한 상대로 존중하면서 비판하는 것입니다. 
유시민 씨는 본인이 해 왔던 방식 그대로 상대를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예전의 유시민 씨의 느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차이가 비판하는 상대가 달라져서인지, 제 시각이 달라진 때문인지, 유시민 씨가 달라진 때문인지 바로 알긴 어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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