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1)] 해외여행,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27
4월 즈음이었던 것 같다. 마음을 굳게 먹었으나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역시 고됐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고민했고 터울이 큰 첫째, 둘째가 섭섭하지 않게 잘 살펴주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느린 첫째가 도무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할머니 집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특히나 동생이 우는 소리를 싫어했다. 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 자체도 싫은 듯 보였다. 할머니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초까지 살던 기억이 살아난 걸까. 일 년 동안 겨우 자리 잡았다 싶었는데 한 달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수면 부족과 내 몸 회복하기에도 바쁜데 첫째까지 애를 먹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째는 집에 오지 않음과 동시에 미용실 거부도 시작했다. 주말에 길가에서 실랑이하며 겨우 미용실에 도착했건만 미용사를 보고 드러누워서 발길질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었다. 그저 내년에 새로운 봄이 오면 이 생활도 끝나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10월에 긴 연휴가 있는데 미리 표를 사고 숙소를 잡아서 여행을 가자고 말이다. 느린 아이와 국내 여행은 가봤지만, 해외는 못 나가봐서 걱정됐다.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Image by Chrys Monica Eka Sari Winarno from Pixabay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드디어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느린 아이가 걱정됐다. 소리를 꽥꽥 질러서 승무원이 내리라고 하진 않을지 아니면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소란을 피우진 않을지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인터넷 카페에 도움을 청했는데 유튜브로 비행기 소리를 미리 들려주거나, 공항에 여러 번 미리 가보거나 기타 등등의 조언이 올라왔다. 그러나 출국이 코 앞이어서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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