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07
얼마 전 권승준 님이 뉴진스의 ditto에 관한 글을 쓰셨는데요 당시 같이 글을 읽던 초등학생 둘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다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권승준 님은 어른입니다. 케이팝의 서사를 알고 있고 SM, JYP, YG에서 기획한 유명 아이돌의 이야기도 모를 수가 없겠죠. 동시대를 함께 늙어온(?) 권승준 님과 제가 Ditto 뮤직비디오를 보며 떠올린 단어는 '레트로'였습니다. 

민희진이 뉴진스로 택한 전략은, 역시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X세대쯤 되는 30~40대에 소구하는 것 같다. 흔히 '레트로'라는 단어로 퉁치긴 하지만, 민희진이 생각하는 건 그와는 좀 다른 결이 있는 것 같긴하다. 이번에 발표한 겨울 시즌송이자 팬송(대개 아이돌 그룹들이 발표하는 팬덤을 위한 헌정노래)인 'Ditto'는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다. 199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어하는(기억하는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어하는 시절이라는게 포인트 같다) 그 시절을 재현한 것 같은 뮤직비디오를 보라.

저 역시 뮤비를 틀어놓고 글을 읽으며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SES나 지금은 많이 사라진 교복 시대의 정서를 떠올렸으니까요. 체크무늬 교복과 촌스러운 체육복이 범람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레트로'였습니다. 그 시절을 향한 찬사에 가까운 뮤비였고요.

하지만 이제 열 살인 제 아이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뮤비를 시청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이 아이의 문해력은 권승준 님이 쓰신 'Ditto는 노골적이다'라는 부분을 보고 '엄마, Ditto가 영어로 노골적이라는 뜻이야?'라고 말하는 수준입니다. '-는 -다.'는 기초문형이고 아이에게 예외는 아직 많지 않거든요. 아이는 뮤비를 시청한 후 굉장히 흥분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뉴진스가 열어준 것이죠.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지만 추억의 반감기가 짧은 아이에게는 처음 만나는 세계였던 것입니다.

어거스트가 '뉴스 생산자들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글에서 추천한 뉴진스 하이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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