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비활 20일차 중간점검

자몽
2022/02/13

지난 1월 23일 인스타그램을 비활했다. 환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고, 조용하면서도 시끄러운 그 앱을 꽤 오랫동안 애용했었다. 처음 아이디는 beyounotthem이었는데, 어떤 날 갑자기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라버리듯 계정을 완전히 삭제했다. (여담이지만 사진은 인스타그램 기능을 활용해서 컴퓨터에 전부 받아놨지만 텍스트로 쓰인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후 feareatsthesoul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어서 또 꽤 오래 썼다. 중간 중간 비활성화를 한 적도 잦았지만, 이 전의 경험으로 절대 계정 삭제만큼은 하지 않고 지켜왔었는데. 또 다시 인스타그램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너,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되는 놈이냐? 


그리고 20일 정도가 지난 오늘, 러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인스타그램에 대해 생각했다. 인스타가 사라진 내 일상은 어땠지. 좋았지. 꽤 만족스러웠지. 하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만약 그 어플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내 인스타그램 스크롤은 거기서 끝나버리겠지. 마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해버린 사람처럼 나이 스물 아홉살을 막 맞자마자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거야.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돼서 ‘더 없나?’하고 아쉬워해도 거기서 끝인거야. 그럼 어쩌지. 세월이 흐르고 추억을 곱씹고 싶은데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보조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게 없으면 어떡하지. 

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 그 공간에 사실 애정이 꽤 깊었는데. 구름 위에 띄워놓고 다같이 구경하는 앨범 같은 그 느낌이 정말 재밌어서 정성들여 참여했었어. 내 일상 속에 들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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