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졸업식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2/24
비가 온다. 계속 온다. 매일 온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내리겠지. 요즘은 날씨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 어차피 날씨는 계속 비일 테니까. 바람이 더해지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 아침이면 식구들에게 당연하게 우산을 권한다. 장화도 신겨 보낸다. 길 여기저기가 웅덩이가 됐으니,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신발과 양말은 쉽게 젖고 만다.     

기후위기는 어떤 지역은 가물게 하고, 어떤 지역은 폭우를 내리게 한다더니 한반도는 후자인가 보다. 중부지방은 눈이 많이 왔다는데, 제주는 줄곧 비만 내린다.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눈이 왔을지도. 한라산과 가장 먼 동쪽에 사는지라 늘 흐린 날씨에 한라산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파란 하늘을 언제 봤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이 정도면 장마라 칭해야 하는 게 아닐까. 여름날 장마보다 더 징하게 오래 내리는 것 같다. 여름 장마는 중간중간 해를 만날 수도 있는데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다. 곧 3월 말이면 고사리 장마도 있을 텐데... 가만, 이번엔 다르려나. 작년까지만 해도 고사리 장마가 있었는데 분명. 날씨를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올해는 태풍철이 되기 전에 지붕 공사도 해야 하는데... 하늘만 쳐다보다 겨울이 멀어지고 있다.     

우당탕탕 졸업식. ©pixabay

어제는 둘째의 어린이집 졸업식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란색 봄꽃을 넣은 꽃다발을 예약해 두었다. 선생님께도 선물하고 싶어 핑크톤의 꽃다발도 함께 주문했다. 어린이집으로 향하기 전에 꽃집부터 들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굳게 닫혀 있는 문,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 없는 공간.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어제 주문했던 채팅방을 열었다. 아무리 톡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도 답이 없다.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바닷가 앞이라 비바람은 우산을 들고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세차고, 손끝과 발끝은 점점 얼어붙어 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혹시나 싶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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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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