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팝니다. 단돈 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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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스페인의 한 마을 전체가 매물이 됐다. 이 매력적인 도시는 마을이 아닌 관광지로 남으려 한다.

  • 스페인의 한 마을 ‘살토 데 카스트로(Salto de Castro)’가 26만 유로로 매각됐다.
  • 전 세계에서 마을과 공동체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 현대의 마을은 왜 사라질까? 마을이 사라지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RECIPE_ 관광 명소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이었지만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 한 남성은 살토 데 카스트로를 유명 관광지로 만들고자 매수했으나 2010년대 닥친 유럽 경제 위기로 인해 실패를 맛봤다. 2022년 11월, 이 마을은 3억 원의 매물로 한 부동산 사이트에 등장했다. 마을을 매물로 내놓은 주인은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NUMBER_ 12.5명

2014년 스페인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최소 2900곳 이상의 마을이 비어있다. 현재 스페인 도시의 절반 이상은 12.5명 미만의 인구 밀도를 보인다. 갈리시아와 아스투리아스 등 스페인의 북서부 지역 절반 이상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그 곳을 떠난 주민들은 더 큰 도시로 이동했다. 강원도의 인구 밀도는 평방킬로미터당 90명, 서울의 인구 밀도는 1만 5699명,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인구 밀도는 5375명이다. 버려진 마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관광지를 꿈꾸거나 그저 남은 채로 낡아 가는 수밖에 없었다. 살토 데 카스트로에 임시 매매 계약을 체결한 건축업자 오스카 토레스(Oscar Torres)는 매력적인 가격을 강조하며 이 공간을 관광지로 재건할 것이라 밝혔다. 살토 데 카스트로는 결국 마을이 아닌 3억 원의 테마파크로 남게 됐다.
ANALYSIS_ 마을의 조건

헐값의 텅 빈 도시는 빠르게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다. 마을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은 언제 사라지게 될까? 우리는 마을을 구성하는 충분조건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필요조건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 마을의 구성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몇몇 물리학자가 정의하는 공간은 입자가 움직이고 관계할 수 있는 범위였다.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상호작용하는 공동체가 없다면 마을은 금방 가치를 잃었다. 이때 말하는 공동체의 움직임은 민주적 가치와도 밀접히 연결된다. 간디는 영국 독립 시기의 인도를 마을의 집합으로 바라봤다. 당시 인도 전역에는 70만 개의 마을이 있었고 이들은 느슨하게 상호작용하며 협력했다. 1962년 간행된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마을 자치를 꿈꾼 간디의 철학을 드러낸다. 마을은 넓을 필요도, 멋질 필요도 없다. 공간과 공동체, 상호작용만 있다면 마을은 언제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반면 이들 중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결국 마을은 해체되고 유령만이 떠도는 도시가 남는다. 영국의 건축평론가 로완 무어(Rowan Moore)는 건축과 욕망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대화는 구덩이 하나 파 놓는다고 시작되기에는 너무 미묘하고, 유동적이고, 알 수 없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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