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현장에서 보는 능력주의란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1/12/01
지금으로부터 반 년 전이었을 겁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씨가 당대표가 됐죠.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씨가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노하면서 지켜 본 모습이 있었지요. 이 분이 학벌과 스펙에 의한 차별을 노력이란 포장지에 감싸서, 공정이란 이름으로 유통하더라구요. 이게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내놓고 얘기해선 안 되는 금기였잖아요. 근데 이 선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했던 거죠. 

인국공, 조국 사태 이후 또 한 번 점화되었던 공정 논란은, 늘 그렇듯 학벌 스펙 노력 공정의 사분면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지지부진해졌죠. 전 이게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논란의 양상은 늘 좋은 대학이나 좋은 기업에 들어갔느냐 마느냐 여부만 따질 뿐. 들어간 이후의 성과나 영향력에 대해선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만든다.’가 능력주의의 핵심인데요. 공정론이 말하는 유능한 사람의 모델은 시험 잘 친 사람이잖아요. 근데 시험 선발 방식이 유능한 이를 가리는데 효율적임을 증명하려면, 시험 잘 쳐서 뽑힌 사람이, 시험 없이 뽑힌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서, 유능함을 입증한 지표가 여럿 있어야 합니다. 그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논쟁하니 도돌이표만 찍을 수밖에 없겠지요. 

능력주의 옹호자들이 지표로 사용한 시험선발은 객관적인 효율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정과 거리가 멂을 증명한 자료는 너무나 많습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능력주의가 공정과 거리가 멀다는 건 옹호론자들도 인정합니다. 단지 이 이상 합리적인 방법이 없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차악이라도 택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하죠.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시험선발에 의한 능력주의가 실제 노동과 별 관련이 없다는 점. 그저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지대선점에 쓰이는 수단이란 점이 있겠네요. 전 사실 옳냐 그르냐가 아닌 차악을 말하는 시점에서 능력주의가 정당성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보는 능력주의’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능력주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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