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변 외딴 휴게소 살려낸 중남미 밴드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4/27
일상이 험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과중한 업무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때로는 재산을 잃거나 병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마저 영영 잃어버릴 때도 있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감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느 각도에서 보면 삶이란 온갖 불행과 상실을 맞닥뜨리는 것, 생은 곧 고통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가야만 한다. 감당키 어려운 고난 앞에서 생에 대한 의지를 붙들고는 눈앞에 펼쳐진 하루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때 그저 잘 될 거란 마음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그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원과 반드시 잘 되리라는 믿음 사이, 그 마음이 인간을 지탱하여 살아가게 하고는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긍정이라고 말한다. 유달리 고난이 많았던 한국인은 그 긍정의 개념 위에 낙관적인 의미를 덮어두었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아마도 잘 되리란 기원을 더해두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힘든 현실을 이겨내라는 뜻이었을 테다.
 
▲ 엘 꼰도르 빠사 포스터 ⓒ 와이드 릴리즈
아버지가 남긴 유산, 휴게소 살리기

뿔뿔이 흩어진 가족, 소식이 닿지 않는 형제들을 뒤로 하고 수하(강예원 분)는 아버지의 죽음을 갈무리한다. 오래도록 힘들었던 병환 뒤 아버지가 남긴 것은 휴게소 하나다. 말이 휴게소지 인적 드문 경상남도 시골 국도변에 있는 낡아빠진 건물이다. 수익도 나지 않는 채로 현상이나 유지하고 있는지 오래, 그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수하는 그곳으로 내려간다.

직접 본 휴게소는 상상 이상이다. 조리사라고 하나 있는 박씨(최현숙 분)는 맛없는 요리만 만들 줄 안다. '음식을 좀 신경 쓰라'고 지적하니 '누가 음식을 맛으로 먹느냐'고 답해온다. 그렇다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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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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