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아룬다티] 이천이십삼년의 오늘들

아룬다티
아룬다티 · 요가강사, 예술심리상담사, 퍼포먼서
2024/04/02
올해(2023년)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제주

이천 이십 삼년을 이제 하루 앞두고, 올해의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하루하루, 귀하지 않은 날짜가 있겠냐만은 우리들이 다 함께 약속한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즈음엔 그 귀함이 더욱 실감, 아니 절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삼, 올해의 지난 날짜들을 작은 석류알 들추듯 속껍질을 들어 돌이켜봅니다.
​한 해 동안 꾸준히 노력한 것이 무어가 있나- 떠올려보니 문득, 작가들이 만든 일력을 넘기며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자" 했던, 매일의 무언의 리추얼이 있네요. 물론 너무 바쁠 땐 미처 넘기지 못하고 다음 날이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지켰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 것은 서른 중반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땐 어떤 관문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여 지금의 시간을 짜거나, 5개년 10개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미래의 행복을 다졌죠. 아마 대부분의 청소년, 청년기의 우리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그런 태도가 중년기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 어떤 일들 이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때의 무수한 ‘오늘’들은 어떠했는가.

앞날을 위한 구상이란 삶에 중요한 것이 맞지만, 아직 여기에 없는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 나를 너무 혹사 시키는 것은 아닌가. ‘혹사’란 단지 친구들을 만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서 너 개 뛴다거나, 잠잘 시간 쉬는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것만 가리키진 않았습니다. 두려운 감정을 발설하지 못하고 덤덤한 척 뭔가를 감내하고, 물리적 피로감을 나 자신에게조차 토로하지 못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시간을 만들지 못한 것,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쓰러지면 아르바이트 짤린다구), 지금의 고초는 또한 약이 되고 성장의 발판이 되려니 하는 라떼짓. 내면의 나에게 나 스스로 행했던 혹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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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soma 소마)'이 주체가 되는 치유안내, 예술창작을 합니다. '마음예술 프로젝트(비영리)' 대표로 '아티스트 무브먼트' 등 예술치유프로그램 진행, '파자마프렌즈(방송)', '러쉬코리아(유튜브)' 등 매체에 출연, 강의했습니다. '몸'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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