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2)] 애착형성, 너와 내가 떨어져 지낸 시간.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18
서재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아들이 일곱 살 때 찍은 사진을 보게 됐다. 낯설었다. 내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낯선 모습으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힘이 없어 시선을 떨어트린 눈빛, 자신이 없는 어깨를 보니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우리 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딸을 보면 엄마가 좋다, 엄마 밥이 최고다 등 엄마 생각으로 도배된 일곱 살의 삶을 살았는데 아들은 그래야 할 시기에 내가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게 무에 그리 힘들다고 포기해버렸을까.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겼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했다. 내 결혼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진행됐기 때문에 수많은 것들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힘들다는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그저 묵묵히 견디며 버텼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투덜대지 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우리 아들이 느린 이유가 임신했을 때 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가끔은 내 주변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나는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내 주변은 나를 쓰러트리지 못해서 안달인 느낌이었다. 나를 괴롭히던 환경은 아이를 낳고도 계속되었고 신생아와 함께 버텨야 하는 시간을 나는 도무지 이겨낼 수가 없었다. 출산 후 한 달 뒤, 일을 나가면서 내가 해내야 할 것을 친정엄마한테 미뤄버렸다. 그렇게 나는 도망쳐버렸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잘 크는 거 같았다. 아이를 볼 시간이 없으니 그나마 시간을 낸 것이 문화센터였다. 일주일에 한 번 문화센터를 데리고 가서 놀아주는 것도 사실 버거웠다. 매일 함께 있다가 가는 것이 아니니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낯설어서 더 힘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는 수업이 시작되면 울었고 수업이 끝날 때 즈음 적응해서 놀기 시작했다. 수업 때마다 울어도 이것이 나의 운명이려니 하며 아이를 밖에 나가 달래서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그게 두 살 때 아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아파트 1층에서 혹시나 우리 집으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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