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와 금융 리터러시를 억지로 엮어보았다

윤수영
2021/10/20
몇년째 작은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소파도 없고 티비도 없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없어서 불편한 구석이 꽤 있습니다. 언젠가 욕조가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별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습니다. 물론 서울 시내 한복판에 근사한 내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월세 라이프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보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혹시라도 나중에 세계 곳곳을 쏘다니며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어딘가에 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월세 라이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제가 지금의 자존감을 계속 유지하며 경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고,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만족감 또는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없으면, 주거 형태뿐 아니라 제 삶의 많은 부분이 갑자기 서러움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집값 상승도, 세입자의 서러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삶이 어떤 확고반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느낀다면, 월세 살이는 삶의 주체적인 한 선택지일 뿐입니다. 반면 아무리 자가로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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