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19호실을 드디어 완성하다 - 육아하는 여성의 독립 공간은 여전히 드물다

젠남
젠남 인증된 계정 · 일하고 음악 듣고 글을 씁니다.
2023/02/13
운 좋게 중산층 부모를 만나 결혼 전까지 내 공부방이 있었다. 문을 닫고 음악을 맘껏 듣고 거울을 보며 딴짓을 하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맘에 들면 공테이프를 걸고 녹음을 하던 나의 공간. 가족들도 이 방에 들어올 땐 반드시 노크를 해야 했고 책상에 깔린 고무판 아래에 세뱃돈을 받으면 넣어 놓고 흐뭇해 했던 내 공간. 

결혼과 동시에 이 공간은 없어졌고 뭐든지 같이 하는 공간이 생겼다. 곧 아이가 태어나고 먹이고 기르느라 같이 하는 공간도 경계가 더욱 무너졌으며 아침엔 화장실을 먼저 가는 대신 아이들의 욕구를 먼저 들어주고 채워주느라 '나만의 공간'을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일하면서 잠시 짬이 나면 쪼개어 잠들기 바빠 내 스마트 폰 알람은 새벽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십분 단위로 세팅을 해 놓았다. 출근 시간, 아이들 등원 시간, 하원 시간, 그 사이에 내가 20분이라도 잠들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 학원 하원 시간 등등 여러 시간들이 알람이 빼곡하게 들어있는 그러한 삶을 살았다. 

그 시절의 나는 나만의 공간보다는 나만의 삼십 분이 절실했으며 온전히 잠을 붙여서 세 시간을 자는 것이 세계일주보다 더 큰 버킷 리스트였다. 이제 아이들은 자랐고 나만의 시간은 조금 늘어났다. 

일하는 엄마로서 업무 준비를 하면서 내 자리는 딱 한 군데였다. 거실에서 노는 아이들을 조망하며 먹거리를 언제든 챙길 수 있는 식탁 의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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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음악 애호가입니다. 에세이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이며 국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니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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