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스탠 바이 미(The Body)] 모험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4/12
1982. 스티븐 킹. <the body>.

번은 형과 친구가 하는 얘기를 몰래 엿듣게 된다. 그 엿듣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참 재미있다. 달리 ‘이야기 왕’이라는 칭호가 불은 게 아니더라. 

멍청한 번은 1센트 동전을 가득 담은 유리병을 보물이랍시고 길죽한 베란다 밑 공간의 땅을 파서 묻었다. 자기 딴에는 해적을 흉내낸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곳을 파보니 유리병이 보이지 않았다. 형을 의심했지만 채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형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자기를 죽일 수 있는 나쁜 녀석이니까. 게다가 기억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부터 번은 시간이 날 때마다 베란다 밑 길죽한 땅을 파보길 반복했다. 덕테일 모양의 머리를 한 불량한 형들의 중요한 얘기를 듣게 된 것은 바로 여느 때처럼 땅을 팔 때였다. 엿듣다가 걸리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으니, 번은 자세를 바짝 낮추었다. 그렇게 그들의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실종된 레이 브로워에 관한 얘기였다. 네 소년의 아지트에 갖다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지루한 소식과 달리 레이 브로워는 그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얘깃거리였다. 익숙한 이름에 번은 귀를 쫑긋 세웠다. 즉슨, 형들은 도난 차량으로 여자를 태우고서 드라이브를 하는 중이었다. 제방이 무너진 어느 선로 앞에서 그들은 소변을 보았는데 오줌 줄기 포물선 아래에 시체가 보인 것이었다. 그 아이는 레이 브로워가 틀림없었다. 형들은 혼비백산했고, 차량 도난 관련 추궁을 받게 될까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그 틈새를 번은 놓치지 않고 친구들에게 알리며 모험을 제안한다. 

그렇게 크리스와 번, 테디 그리고 고디의 모험이 시작된다. 고디는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모험은 삶의 알레고리다. 도로와 선로 따위는 훌륭한 문학적 은유가 되기도 한다. 목표를 정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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