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과 재즈의 상관관계: 쳇 베이커 이전에 샤카 칸이 있었다

조원용
조원용 인증된 계정 · 책과 음악이 여전히 반가운 사람.
2024/03/26
모두에게 시작하기 전 단계가 있는 것처럼 내게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 재즈를 좋아하기 전 단계 말이다. 

 나는 재즈를 찾아듣기 전에는 한 장르를 찾아 듣는다기보다는 몇몇 아티스트의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그 아티스트가 영향을 받은 또 다른 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혀가는 식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나의 음악적 애호에 뿌리가 되는 아티스트는 김조한이었다. 맞다. 솔리드의 김조한. ‘천생연분’, ‘이 밤의 끝을 잡고’를 부른 그 가수. 확실히 내 세대의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종종 다른 번지수로 찾아오는 음악들에 강하게 끌림을 느끼는 경험을 아마 한 번쯤은 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 MBC


내게는 그 음악의 주인이 바로 그였다. 다만 일반적으로 좋아해서 즐겨듣는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후 내가 얻게 된 능력은 솔리드와 김조한 음악의 전주를 1초만 듣고 어떤 곡인지 맞추는 어딘지 신통방통한 것이었으니… 아마 예사스럽게 들은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당시 나는 김조한의 팬클럽이었던 ‘소울패밀리’에 가입했으나 아티스트의 활동에 비례해 잠잠한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무튼 김조한의 음악이 내 몸속에 들어온 순간을 비교적 생생히 기억한다. 그건 내가 2008년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방에 들어와 과외 숙제에서 도망쳐 MP4로 DMB를 보고 있는데, 진한 선글라스 낀 남성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 너무도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이 밤의 끝을 잡고’였다). 멜로디를 그리듯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과 애드리브. 그건 정말 그동안 라디오에서 듣거나 다운로드해서 듣던 음악과는 분명 달랐다. 아마 그때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음악을 이렇게 멋대로 불러도 되는 거야? 그런데 멋대로 부르니까 진짜 멋진데? (글을 쓰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해당 공연 영상을 다시 보니 곡 중간과 말미에 재즈적인 화성이 가미되어 있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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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재즈피플> 필자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재즈가 가진 즉흥의 가능성과 경계 위 음악 세계를 부연하고 있습니다. 종종 영화를 만들고 자주 사진을 찍습니다. 재즈를 포함한 여러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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