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신음하는 노인들

백세준
백세준 · 사회복지 연구활동가
2024/03/22
If you are born poor it's not your mistake, but if you die poor it's your mistake.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죄다.
- 빌 게이츠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참을 곱씹어보니 참으로 모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주의 사회 속에 사느라 '능력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와 같은 신화를 나도 모르게 내면화하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사회복지활동가로 현장에서 많은 어르신과 부대끼면서 격하게 느끼는 건 가난하게 죽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물가에 허리띠 졸라매는 어르신들

요새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은 어르신 사이에서도 뜨거운 주제다. 그래서 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여쭤보면 항상 장 보기가 무섭다는 답이 돌아온다. '장 보기 포비아(Phobia)'라고 할 정도로 장 보는 것에 두려움이 커졌다.

장바구니에 얼마 담지 않아 무게가 가벼운데 비해 가격은 많이 무거운 시대. 사과 몇 알에 만 원이 넘어가는 시대(지난 2월엔 제수용 사과가 한 개 만원이란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에 어르신들은 놀라고 있다.

어르신들은 보행 보조기를 끌고 장을 보러 갔다가 산책만 하고 돌아오기만 반복한다. 사실 어르신들의 말처럼 "사과 하나 안 먹는다고 큰일"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과만 오른 게 아니라서 문제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년 전에 비해 겨우 1.8% 올랐지만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무려 6%로 대폭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식료품 등에 쓰는 실질소비지출은 3.4% 감소했다. 즉 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이전에 축구를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논문, 연구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43
팔로워 112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