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할아버지 유골함... 할머니의 이상한 반응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04
1인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형태가 된 오늘의 한국에선 낯선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대가 다른 구성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가족이란 모둠을 이루고 사는 것 말이다. 부모며 형제까지 두 세대가 함께 사는 일을 핵가족이라 부르던 것도 옛날이야기, 조부모까지 삼대가 모여 함께 사는 일은 흔히 만날 수 없는 이색적인 무엇이 되어버렸다.
 
폭주하듯 쏟아지는 오늘의 세대갈등, 또 노인혐오와 MZ세대를 향한 조롱 이면에는 저와 다른 세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기회를 잃은 신인류의 비좁음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첨단의 세상 가운데 적응이 더딘 이들이 차츰 밀려나는 일이 자연스런 시대상처럼 여겨지는 오늘이다. 그러나 늘 그렇지는 않았다.
 
한때는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손자가 같은 방식의 삶을 살았을 테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천직을 갖고 그렇게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 다시 제가 아버지며 할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동일하게 겪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가파르게 변하여서 할아버지의 삶은 낡은 것이 되고 아버지의 삶 또한 어리석은 것이 되도록 하였다. 무려 90년 전 염상섭은 <삼대>에서 조의관과 상훈, 덕기로 이어지는 삼대의 서로 다른 삶을 예리하게 짚어내지 않았나.
 
▲ 버티는 밤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할아버지가 떠난 뒤 할머니가 겪은 일

그로부터 9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돌아보면 <삼대> 또한 무척이나 낡은 소설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수 킬로미터가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이성과 만나 결혼에 이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던 시대로부터, 다시 신문에 광고를 내어 이성을 찾던 시대를 지나, 엄지로 슥슥 사진을 밀어대며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고르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정말이지 빠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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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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