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치매 그리고 산소와 직립

김형찬
2024/02/28
공중보건의로 보건소에 근무할 때였다. 같은 동네 할머니 두 분이 커튼을 사이에 두고 누워서 침을 맞고 계셨다.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가끔 씩~ 웃어가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근데 **엄마 소식 들었지? 치매가 심해져서 이제는 식구도 못 알아보고, 자식들 고생이 말이 아니라네.”
   
“긍게~ 나도 들었어. 암은 한 개도 두렵지 않아. 그냥 팍 죽어 버리면 되니까. 근데 치매는 나도 못할짓이고 뭣보다 자식들한테도 못할짓이여.”
   
“맞어 ...”
   
그 대화를 끝으로 두 분의 대화는 끝났다. 생각해 보면 한동네 살던 분의 우울한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아서였지 싶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ilvia님의 이미지
     
현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병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암과 치매라고 말 할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는 관련 보험상품과 증축을 거듭하고 있는 메이저 병원들의 암병동과 밤에도 찬란히 빛나는 그 불빛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건강 관련 채널의 단골 메뉴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각종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5년 생존율의 증가와 일부 암종에 관한 치료율은 높아졌어도 인류가 암을 정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증가하는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기대할 뿐,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는 수준의 인지 상태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암과 치매는 전혀 다른 병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닮은 점이 많다. 
   
먼저 많은 종류의 암과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란 점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은 하나의 수정란에서부터 시작된다. 분열하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은 진화를 통해 정교하게 발전했지만 완벽하지 않다. 당연히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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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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