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의 시대 하이퍼의 비극과 공포 : 레아 뮈라비에크, 김모 옮김 <그랑 비드(Le Grand Vide)>, 이숲, 2023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12/26
만화문화연구소╳알라딘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리뷰 #5
레아 뮈라비에크, 김모 옮김 <그랑 비드(Le Grand Vide)>, 이숲, 2023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알라딘이 매월 선정된 출판만화 중에서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 후보작들의 리뷰를 올립니다.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전체 보기)
 
오랜만에 그래픽노블을 읽은 기분. 존재감 테스트라는 설정을 통해 동시대성을 부여했다. 그래픽 해석은 독자의 입장에서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함. (성인수, SideB 대표)

커다란 판형에 하이앵글로 빌딩 고층에서 바닥까지 투시를 넣은 표지 일러스트는 파란색, 흰색, 빨간색 만을 사용해 강렬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게다가 <그랑 비드>라는 제목은 작품에 대한 어떤 힌트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사라진 만화책들이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랑 비드>는 온전히 한 작가 개인의 힘으로 200쪽이 넘는 원고가 완성되었고, 2021년 9월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여러 상을 받은 만화다. 주제를 제안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캐릭터의 연기, 칸 안에서 보여주는 장면 묘사, 다양하게 구성되는 페이지, 심지어 3색만을 사용한 채색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랑 비드>는 모든 부분에서 고민과 탐구가 돋보인다.
<그랑비드> 표지(이숲)
 
이야기는 디스토피아의 우화인데, 만화는 과하게 밝다. 20대 여성 마넬 나에르(Manel Naher)가 사는 세계는 타인이 나를 생각해 주지 않으면(정확히 내 이름을 생각하거나 불러주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져 죽게 된다. 이 세계는 높은 마천루에 여러 이름들이 번쩍이는 도시다. 거대 도시에 모든 사람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애원한다. 길에 나온 거지는 존재감을 구걸(자기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다.
<그랑비드> 본문(이숲) ...
박인하
박인하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82
팔로워 255
팔로잉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