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바움다후 · 페미니스트
2024/03/25
정찬일 <삼순이>

삼순이 -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조선시대에 여성이 성을 제외한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갓난이’나 ‘갑순이’ 등의 아명을 사용하고, 호적에는 누구의 딸이며 아무개와 결혼을 했다는 정도의 기록만을 남겼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성이나 출신 지역을 본따서 ‘00댁’ 등으로 불렸고, 자식을 낳으면 ‘아무개 엄마’라고 호칭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사임당’에서 사임당은 이름이 아닌, 살아생전 주로 거처하던 건물 이름을 이용해 만든 당호(堂號)이다. 드물게 허균의 누이였던 ‘허난설헌’은 한시를 잘 지어 이름이 중국에까지 알려지는 바람에 허초희라는 본명이 기록될 수 있었다. 이처럼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여성은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남성들의 그림자처럼 살아야만 했다.
 
역설적으로 여성들이 독립된 이름을 획득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일제 강점기 직전에 실시한 ‘민적법’의 제정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도 여전히 아들과 달리 딸을 낳으면, 그 이름을 즉흥적으로 지어 호적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식 이름인 ‘0자’가 보편화되었고, 이외에도 ‘여자는 순해야 한다’라는 관념에서 ‘0순’으로 짓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70년대만 하더라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해방 후 1980년대 초까지 흔하디 흔했던 ‘순이’들, 그 중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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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자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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