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23장. 쫄지 않고 한 놈만 패기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18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1999년 10월에 개봉되었다. 2000년 되기 몇 달 전이다. 앞 단위가 바뀌기 직전이라, 엄청 고전영화 같다. 좋아하는 배우가 많이 나왔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라 부담 없이 즐겼다. 밤에 분당 쪽 가다 우연히 주유소에서 영화 찍는 것을 본 적이 있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영화 조명이 참 예뻤다. 
   
영화에서 감동한 부분은 사장과 아들의 통화를 지켜본 양아치의 태도 때문이다. 양아치는 사장에게, 집에 전화해서 사장 와이프가 주유소로 돈을 가져오게 하라고 요구했다. 사장이 집에 전화했지만, 와이프가 아닌 아들이 받았다. 아들은 사장에게 집에 들어올 때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요청했다. 사장은 뭔 아이스크림이냐며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양아치가 ‘집에 자식이 늦은 시간에 혼자 있는데 밥은 먹었는지 묻지도 않냐’며 사장을 나무랐다. 신파조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감동하였다. 양아치도 가족에 대한 따스한 관심이 있구나. 감독은 가족의 소중함을 저렇게 표현하고 싶었구나. 어쩌면 영화 속 저 친구는, 혹은 감독은 어렸을 적에 배곯은 적이 있어서 저렇게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했다. 배가 고팠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더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비가 오면 단칸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고무 대야를 놓았다. 비가 하필 방 한가운데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엌에는 ‘석유곤로’가 있었다. 난방을 위한 난로가 아니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는 조리도구다. 성냥으로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잘 조절해야 그을음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한 번 정도 캑캑거린다. 혼자 알아서 밥을 챙겨 먹어야 했던 그 시절, 배가 고프면 곤로를 사용해서...
류재연
류재연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35
팔로워 1.1K
팔로잉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