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Shin ·
2021/10/28

흠좀무 선생님 안녕하세요,
진솔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말로 흠선생님께 하는 말은 아니었습니다만(대중 혹은 다수 의견이 절반씩 갈려 토론하는 것이 아닌, 우르르 몰려 소수에게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를 제가 정말 싫어해
다수에게 소리치는 쪽이었습니다만)

선생님 글에 대한 답글로 표출됐고, 제 글로 인해 선생님이 상처를 받으셨다면
그것은 제 부족함이 원인입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진솔함으로 손 내밀어주신 선생님이 진정한 어른이십니다. 세상에 진짜 어른이 점차 사라진다고 느껴 20대가 되도록 여전히 마음속은 어린애인 제가 어른인 척을 해보았는데,
진정한 어른 앞에서는 '척'은 늘 들통이 나기 마련입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도 설거지론을 보고 맘이 편치 않았던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제가 난소에 낭종이 생겨서 한쪽 난소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낭종이 너무 커서 조직이 다 죽었다나봐요. 어쩐지 엄청 아팠습니다.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저는 여자로서의 기능, 생산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요.

설거지론을 논하면서 나는 집사람에게 취집'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을 볼 때마다
'당시에는 예쁜 여자 찾아서 결혼해놓고 이제는 여자가 예쁘기만하면 안된다 이건가, 왜 말이 바뀌나',
'결혼이란게 자본주의적으로만 따져서 상품인 스스로를 상대에게 판매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서로 좋아해서 결혼을 하고 책임을 지고 싶은데 이런 내가 '호구' 혹은 '지나치게' 순수하고 깨끗한 여성인건가? 싶더군요.
이 '결혼 시장'에서 저는 이미 난소 절반이 날아갔기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여자지 않습니까.

한국인 여자 동생 하나는 이번에 결혼을 하고 미국인 친구 하나는 엊그제 애를 낳았습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넷상의 이런 치졸한 싸움들을 볼 때마다
'지성을 갖춘' 사람, 남자, 배우자, 대중을 기대하는 제가 지나치게 순진한것인가 싶어 좌절스럽습니다.
제발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꼭 있고, 인연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자꾸 희망을 잃게 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이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신다면 큰 용기 얻고 살아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다시 한번 제가 상처를 드려 죄송합니다.
편안한 저녁, 즐거운 퇴근길 되세요 선생님

이비세 ·
2021/10/27

르네 님, 답변 감사합니다. 당연히 대부분은 모를 수밖에 없는 그 저급한 어원을 적기도 꺼려졌지만, 어원은 지우고 마치 깨끗한 것처럼 퍼트리는 나무위키 유저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네요.

제가 쓴 2021년의 동정녀숭배자들.이라는 글에 대해 말씀해주셨네요.
https://alook.so/posts/92tK5B
덧붙임을 하자면
제목의 비판적 논조와 따옴표로 인용표시로 강조했듯이, 제가 저 글 셋째줄에 쓴 "순결"이라는 표현은, 여자를 "깨끗한" 혹은 "더러운" 그릇으로 부르는 사람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비판하기 위해 비꼬는 의도의 인용이었습니다.
저도 혼전순결이 아니라 혼후관계주의가 적절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순결이라는 단어를 저도 짜증난다고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
다시 제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굳이 순결이라는 단어일 필요성이 없고, 깨끗함이라고 바꾸어도 전혀 글의 흐름에 지장이 없는 것 같아서 수정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순결이라는 단어를 누구도 절대 쓰면 안 된다!라는 것은 아니고요, 이 단어가 반드시 필요한가?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유발했다면 다른 말하는 방식(단어 선택이든,말투이든)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선택지를 두는 것도 좋다고 저는 생각해요. 물론 항상 그런 선택지를 고를 수는 없겠죠. 선택지 중 하나로 두는 정도.

나의 말도 표현의 자유지만, 타인이 그 표현에 대해 그 표현이 불쾌하다! 라고 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니까요.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이 아니며 항상 한계가 있지요.

혐오표현에 대해서. 혐오표현이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큽니다. 먼 과거 역사에도 최근에도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터넷 수많은 사이트들 모든 혐오표현들을, 제가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마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살겠죠...?

익명 커뮤니티에서 만들어낸 원색적 혐오글들을 일부 언론들이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쓰고, 그게 마치 '대부분의 청년'의 목소리인 것처럼 퍼트리는 행위를 저는 제 글들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댓글은 여기까지 쓸 것 같아요. 좋은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르네 Shin ·
2021/10/27

김재경 선생님, 죄송하다고 안하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의견 말씀하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설거지론'의 어원을 주식 밈이라고 생각했기에 왜 혐오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어떻게보면 (특히 상대방 입장에서는) 혐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인 것인데, 그런 멍청한 사람이 얘기하는 말은 이토록 무게감있게 받아들이시는게 아이러니입니다 사실.
제 주장이 정답은 아니잖아요?
글에서 지칭한 대상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만이지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주제가 굉장히 확장되는데요. 혐오를 판별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해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에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유태인 학살도 한때는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만능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보장해야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그 의견중 어떤 것에 '힘을 실어줄지'는 대중 다수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 다수 중 하나로서 똑바로 판단을 내려야하구요.

제 의견 또한 힘이 실리거나, 경쟁에 의해 탈락될 것입니다.

르네 Shin ·
2021/10/27

임재혁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의견에 정면으로 반대할수밖에 없는 것이, 선생님과 저의 의견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던 논쟁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얼룩소 초기부터 제가 주구장창 주장해왔던 '표현의 자유'에요.
저는 PC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마도 여기에도 댓글 달아주신 '이비세'님 글이었던것 같아요.

여성의 '혼전순결'과 설거지론에 관해 긴 설명을 덧붙인 글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그 혼전순결입니다. 순결순결 거리는게 짜증나고 스스로 '혼후관계주의'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순결순결 거리는 사람들을 '혐오 표현'이라며 입을 막을순 없지요. 알아서 떠들게 냅두고,
조용히 내 배우자 목록에서 지우면 됩니다.
내가 해당 가치를 소비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선생님의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설거지론 설파자들의 발언 자체는 절대 막아서는 안되며 자유를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겠지만요.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래서 PC가 싫습니다.

'혐오'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상대의 입을 막아버리잖아요

르네 Shin ·
2021/10/27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고,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답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비세님 의견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그렇군요, 제가 너무 좋은 사람들 속에서만 둘러쌓여 성장했던것 같습니다. 대부분 유학생 집단이거나 군대 얘기도 그...의사나 카투사같은 지네들끼리 다 해먹는(?) 집단의 얘기만 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피를 봤지만, 오히려 저의 학교폭력 경험담만 생각났을뿐 현역 입대를 하신 분들은 좋은 선임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했었습니다.
다같이 주식이나 투자 얘기 하는거 좋아해서, 저도 제 시야에서만 상황을 인지했다는 점 이해하고 반성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시 묻습니다. 설거지론 어쩌구하면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깎아내려봤자
성공적인 분들은 이해를 못하는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상대의 '발언 자유'를 극단으로 인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섭니다. 욕설이나 실제적인 폭력이 아니고서야 '말뿐인' 것들은 저를 해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거지론을 펴는 자들의 얼굴을 기억해뒀다가 "저 자들과는 같이 사업은 못하겠군" 생각하는것이 진짜 위너 아닐런지요...?
모쪼록 삶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