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 몸을 만진다는 것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13
나는 엄마와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몸에  있어서도 그랬다. 엄마 손을 잡고 다니고 엄마를 수시로 부둥켜 안았다. 장난스럽게 가슴을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어린 아이처럼 엄마 가슴을 만지곤 했다. 목욕탕에 같이 가면 서로의 몸을 밀어 주곤 했다. 친밀한 관계 속에 동의없이 나는 엄마의 몸을 만졌다. 그런데 돌보는 상황이 되자 엄마의 몸을 만지는 일은 낯설고 어려웠고, 기분이 이상했다. 몸을 만지는 목적이 다르기도 하고, 범위도 애정을 표현할 때와는 전혀 다른 구석구석이기도 했다.

돌봄은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일이다. 그게 딸이라도 남에게 몸을 맡기는 기분은 어떨까? 엄마가 원하지 않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배설에 관한 더욱 그렇다. 병원에 입원해서 처음으로 엄마를 화장실을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를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나는 불안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렸다. 배설하는 모습을, 그게 딸이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 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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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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