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15장. 졸음 참고 운전하면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12
나는 상대적으로 일찍 자가용을 소유했다. 내가 초임 시절, 학교에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이사장과 이사 몇 분이었다. 돈 많은 학부모들은 스쿨버스가 아닌 자가용으로 아이를 내려다 주기도 했다. 교사 가운데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가 차를 바꾸면서 동료들에게 자기 차를 사겠느냐고 물었다. 남들은 망설였다. 신혼여행 후 비용이 조금 남았던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마이카 시대보다 조금 일찍 자가용을 소유했다. 
   
갑자기 생겼다고 해서 애칭을 ‘홍두깨’에서 따와서, ‘두깨’라고 했다. 설악산, 해남, 안면도 등, 동서남북을 다녔다. 당시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지도를 보면서 다녔다. 집사람이 옆에서 지도를 보며 길 안내를 했다. 오른쪽을 가리키면서 좌회전이라고 하기도 했다. 차에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는 상상하는 그것과 같다. 고속도로 출구를 잘 못 나와 몇십 킬로를 더 간 적도 있다. 
   
그때 몇 가지 버릇이 있었다. 운전을 정식 학원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기에, 차선을 바꿀 때 항상 조심했다. 좌나 우로 조금만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깜빡이를 켰다. 핸들을 잡으면 긴장했다. 땀이 났다. 그래서 운전할 때면 꼭 창문을 열었다. 바람을 맞고, 타이어 마찰 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고집이 있었다. 
   
목적지가 결정되면 도착할 때까지 웬만해서는 중간에 쉬지 않았다. 3시간 정도 거리는 무슨 고집인지 절대 쉬지 않았다. 그때는 방광도 튼튼해서 가능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림없다. 허리가 아파서, 눈이 침침해서 힘들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한 번 이상 쉰 적이 없다. 무슨 오기를 그렇게 부렸는지 모르겠다. 잠이 와도 꾹 참고 운전했다. 친구가 졸음 운전의 위험을 알려준 적이 있다....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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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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