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4/10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오직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고단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 때 인간의 노동은 비로소 자기실현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대붕(大鵬)처럼,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듯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막상 그런 삶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평생 분투해왔다. 구속받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살아왔다. 힘들지만 자유로운 삶이었다. 힘들었던 것이 더 컸는지, 자유의 기쁨이 더 컸는지는 죽을 때 결산해봐야 알 것이다.


소년 한스의 슬픈 죽음

그런 나에게 세월이 흘러 다시 읽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지 못했던 소년의 죽음이 이렇게 애절한 것이었구나,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무게가 전해졌다.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수레바퀴 아래서』는 사회와 학교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은 소년 한스 기벤라트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한스는 작가 헤세의 분신이다. 헤세 자신이 명문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신경쇠약증에 걸려 중퇴하고 말았다. 헤세는 짝사랑 때문에 자살기도까지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기도 했고, 학업을 중단한 뒤 시계부품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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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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