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관통하는 일, 인터뷰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3/02
제주 10년 차 이주민 인터뷰를 슬슬 다시 시작하려 한다. 책 원고 마감으로 에너지를 분산할 수 없어 잠시 멈춘다는 게 어느덧 4개월이나 흘러버렸다. 11월은 원고 마감이라 옴짝달싹 할 수 없었고, 12월은 원고 마감 후유증을 앓아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1, 2월은 아이들 방학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는 것조차 버거웠고. 2월 말이 되니 이제는 정말 인터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인터뷰란 무엇인가. ©unsplash

마침 기다리던 인터뷰이가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일을 저질러야 굼뜬 몸이 움직일 것 같아 대뜸 만날 약속부터 잡았다. 제주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어 보여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 늘 궁금했던 분이다. 정부와 의사 집단 간의 분쟁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시선을 던질 수 있는 분인 것 같아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었다. 막상 인터뷰를 하려니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실명도 모르고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고 어디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제주에 살고부터는 웬만하면 누군가의 이름이나 나이, 과거를 대놓고 묻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화하며 알게 되지 않는 이상 캐묻지 않았던 것. 새롭게 살아보겠다며 선택해 온 땅이었기에, 선입견 안에 사람을 가두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타인의 선입견 안에 갇힌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이따금 너무 궁금해 먼저 물은 적이 있긴 하지만, 대개는 그랬다.     

사전 인터뷰를 하면 혹시 본 인터뷰에 힘이 빠질까 싶어, 만만한 sns를 뒤졌다. 기록하듯 sns를 하는 분이었는데, 그동안 쌓인 기록이 만만치 않았다. 일부만 볼까 하다 수 시간을 할애해 전부를 읽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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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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