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왜 기괴한가?

晦溟
晦溟 · 그믐달과 아득한 바다
2024/05/03
2024년 5월 1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공개된 가칭(假稱)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새 이름은 ‘평화누리특별자치도’입니다. 처음 이 지명을 전해듣고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니 ‘저게 공식 명칭이에요?’와 같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세상에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평화를 지향하여 명명된 지명은 적지 않습니다. 중국 난징의 옛 지명인 건강(建康)과 일본의 헤이안쿄(平安京) 등은 노골적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제 인상으로는 평양지하철도 천리마선과 혁신선의 역명을 보는듯 합니다. 일반명사의 조합이며 이념적인 성격을 갖는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작위적이며 경기북도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평화누리’는 특정 지역의 행정구역 이름으로는 지나치게 일반적이며 독점적인 의미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북부 지역의 역사를 반영한 것도, 경기도 북부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결과물도 아닙니다.
나무위키 평양지하철도 문서에서 발췌
또한 ‘누리’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리꾼’과 ‘누리집’과 같이 ‘누리’의 본의로부터 크게 괴리된 의미가 부여되거나, 공적인 프로젝트의 명명 시에 남용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누리호’ ‘다누리’ ‘공공누리’ ‘아람누리’ ‘새누리’ 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과도하게 남용된 ‘누리’는 특징적이어야 하는 도급 행정구역의 지명으로서는 부적절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공모전은 속되게 말하면 ‘운빨 가챠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대량의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전문가 한 명이 내놓은 적은 수의 아이디어보다 한없이 수준이 낮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양보다 질’ 주의자로서, 도급 행정구역의 지명을 정하는 중요한 현안은 지명 관련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누리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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