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문화의 시대] 미래를 핑계로 현실을 포기하겠다는 섣부른 의료 개혁

이덕환
이덕환 인증된 계정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4/04/28
정부가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빌미였던 ‘의대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이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여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의대 증원 고집을 내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가 빠진 반쪽짜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활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의대 증원 문제는 시작부터 포기해 버린 의료개혁특위를 환자 단체도 반기지 않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대 2000명 증원의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타난다. 지난 4월 1일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직접 밝힌 명백한 사실이다. 결국 의대 증원은 지금 당장의 문제인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핑계로 현재의 의학교육과 의료체계를 통째로 포기해 버릴 수는 없다.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밝히지 못했다. 대통령이 강조했던 서울대·한국개발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2000명 증원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보건복지부가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했다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은 공허하다. 심지어 2000명은 무속인과 연관되어 있다는 해석도 있는 형편이다. 의대 증원 규모를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한 정부가 의사들에게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통일된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의사들을 싸잡아서 눈앞의 이익만 챙기는 ‘악마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해 버린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의료행정을 엉망으로 망가뜨려 버린 보건복지부가 실질적으로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를 ‘의새’(의사 새끼)로 비하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5월에 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내년도 입시요강이 확정되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교육부 장관이 은밀하게 내놓았던 ‘자율 모집’이 대안이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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