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 (10) 기밀실에서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18
군단 영내 지휘부 근처에 기밀실이라는 곳이 있었다. 기밀실에 대한 관리 책임 부서는 군단 비서실이었다. 내무반을 가려면 비서실 출입문을 열고 오른 쪽 길로 가야했지만, 그 반대편인 왼 쪽 방향으로 가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사거리를 만나는데 사거리에서 다시 왼쪽 길을 걸어 이십여 미터를 가면 오른쪽 길가에 굳게 닫힌 철문을 볼 수 있었다. 철문의 좌우는 돌로 쌓은 축대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저 작은 창고의 문인 듯이 보였지만, 이 철문을 열고 들어서 십여미터 걸어 들어가면 왠만한 강당 크기의 회의실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하벙커이기 때문에 철문을 들어서자마자 전기불을 켜지 않으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하라서인지 무더운 여름에도 안에 들어서면 시원했고, 겨울에는 반대로 따듯해서 좋았는데, 문제는 환기가 잘 안 되는 탓에 언제나 습기가 차있었고, 청소할 때에는 온통 습기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벽을 마른 걸레로 몇 번씩 닦아내야 했다. 한 여름 장마철에는 보일러 병을 불러서 보일러를 돌려서 습기를 제거하여야 했다.

기밀실 문은 대부분 잠겨있었지만,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월간 지휘관회의” 때에는 군단장, 부군단장, 참모장 뿐 아니라 3사단장, 6사단장, 8사단장, 수도사단장, 포병여단장, 기갑여단장 군단 잠보부장들이 이곳으로 집합하여 반나절이나 하루 종일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어떤 때는 한미1군단장과 한미1군단 참모부장들도 참석하여 참석자들의 별을 다 합치면 3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난다. 회의가 열리는 날은 아침 이른 시각부터 장군들과 부대장들을 태운 지프차들이 회의 시간에 맞춰 속속 도착했고, 수행부관들은 차에서 먼저 내려 차문을 열어 지휘관들의 하차를 도왔다.

나를 포함한 비서실 병사들은 이런 회의가 열리기 열흘 전부터 그 준비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회의실 청소부터 하게 되는데, 물걸레로 바닥 청소는 물론 회의 테이블이 윤이 날 정도로 닦았다. 습기가 많을 때는 미리 보일러를 돌려 습기를 제거하는 작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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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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