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8. 싱가포르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1/10
내가 탄 배는 두려움과 파도를 물리치며 오늘 싱가포르 해협을 건넜다.
싱가포르 해협은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양 교통의 요충지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불과 20km에 달하는 운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좁은 해협이다. 
근해를 지나갈 때는 브릿지와 기관실에 당직자가 추가되고 보다 철저한 등화관제, 불필요한 소음 차단 등의 여러 가지 제약이 발생하는 비상 상황이 된다. 조리사들에게는 당직자 밥 배달, 음식물 쓰레기 배출 금지 등 미미한 제약밖에 생기지는 않는다.
싱가포르 해협 통과 준비를 며칠 전부터 해서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다. 틈만 나면 바깥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는 내게 싱가포르 해협은 아름다우니 그 광경을 눈에 담으라고 많은 선배들이 일러줬다.

싱가포르를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된 며칠 전 싱가포르에 있는 친구 지연이에게 연락했다. 1월 9일 싱가포르를 지나가니 그날 만나자고. 나는 바다에서 플래시를 깜빡이며 소리를 지를 거라고 했다. 지연이는 손을 흔들겠다고 하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라고 답장했다.
   
   
물을 밟고 서 있는 배 그리고 그 속의 작은 내 방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배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듣는다. 그 고고한 시간, 이곳에 두 가지가 자주 찾아온다. 문학과 기억.
   
또다시 추억의 바다에 깊이 잠수한다.
   
2019년 여름이었다.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다. 포항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3주간에 걸쳐 걸었다. 144명이 참가를 했고, 그중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완주에 성공하였다. 부끄럽지만, 그 둘 중 하나가 나다. 
나는 발목이 좋지 않고, 국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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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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