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그녀> 그리고 인간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다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5/17
<허 Her>로 알려졌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작품이 국내에는 <그녀>(2014)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그런데 제목이 지칭하는 ‘그녀’는 사람이 아니다. 컴퓨터 운영 체계다. <그녀>는 컴퓨터 운영 체계와 사랑에 빠진 '그'의 이야기다. 

os1과 사랑에 빠진 남자?

영화가 시작하면 테어도르는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크리스”라고 운을 떼며 결혼 5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부인과 함께 했던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물론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 테오도르는 의뢰를 받아 대신 편지를 써주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테오도르의 감정은 가짜일까? 표정으로 봐서는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장면에 이어 또 하나의 흥미로운 미장센이 이어진다. 편지 쓰기를 대리한다지만, 테오도르는 편지지와 필기구를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을 열어 손 글씨 모양으로 디자인 후 프린트로 뽑아 편지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이 편지를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그녀>는 ‘진짜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전(?)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과 인공지능 간에 생성되는 감정에 대한 영화인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 주변에는 감정을 공유할 만한 존재가 없다. 예전에는 있었지만, 현재는 부인과 1년째 별거 중이다. 퇴근 후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채팅 방에서 만난 여자와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다. 변함없이 출근하는 사람 무리에 끼어 이동하던 중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를 보게 된다. 스스로 진화하는 컴퓨터 운영체계 ‘os1’으로, 테오도르는 이를 실행하는 즉시 ‘그녀’에게 끌린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출연). 인공지능 운영체계인 os1은 수백만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코딩이 되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운영자의 명령이라는 경험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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