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 - 관객을 분열시키고 융합시키는 놀란의 오펜하이머

정기훈
정기훈 인증된 계정 · 씨네필, 한량, 이것저것 합니다.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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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가 애국자인가 그저 혼란스러운 사람인가?>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대학 시절과 맨해튼 프로젝트 그리고 청문회로 나뉜다. 대학 시절 오펜하이머는 지도 교수를 독살 시도할 정도였다. 유학 생활로 생긴 향수병도 겪었다. 매우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펜하이머는 개인사도 복잡하다. 공산주의에 빠졌던 전 연인과 부인 그리고 가족이 있다. 전 연인 진 태트록과는 깔끔하게 정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키티와 결혼 한다. 부인 키티와 지낼 때도 진 태트록을 만난다. 키티의 전 남편은 공산주의자로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 오펜하이머의 가족도 공산주의에 가입했었다.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에 지적 관심 정도가 있었을 뿐 그들과 달리 공산당에 가입한 적은 없다. 복잡한 개인사를 가진 오펜하이머다. 이로 인해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 전후로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지휘하게 된다.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 미 전역의 과학자를 직접 설득하러 다닐 정도다. 자식 돌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그는 원폭 투하 위치를 정하는데 관여하기도 했다. 이런 열정적인 모습 이면에는 죄책감이 묻어있다. 일본에 원폭이 떨어지고 나서 연단나서 연설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외에도 오펜하이머가 혼자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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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은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를 시대 앞의 피해자처럼 비춘다. 아인슈타인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펜하이머의 혼란스러운 내면이 더욱 강조되어 비중 있게 다뤄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죄책감으로 인한 내적 갈등보다 프로젝트에 몰두한 모습을 좀 더 비중 있게 연출한 것 같았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상에 대한 적절한 연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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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영화 그 이외에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집니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여러 우물을 깔짝 깔짝 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록하려 합니다. 윤석열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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