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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이미지 출처: Nsey Benajah on Unsplash)


이 이야기는 내가 즐겨 듣는 This American Life에 등장한 어떤 사람의 경험담이다. 진행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약 20분가량 들려준 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옮길 생각은 없다. 일상적 대화체이고, 미국인의 뉘앙스를 있는 그대로 전부 전달하기도 힘들다. 물론 여기에서 직접 들을 수 있고, 필요하면 여기에서 녹취록을 보면서 들을 수도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목소리와 노래에 관한 것이고, 직접 들어보는 게 훨씬 더 깊은 이해를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더라도 꼭 한 번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용을 글로 최대한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러나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떤 문제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렇다.
샌디 앨런(Sandy Allen)은 특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났다. 서너 살 때 이미 친척의 결혼식에서 'Somewhere Over The Rainbow'같은 노래를 축가로 불렀을 정도였고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 입학해서는 교내 뮤지컬에 출연했고, 합창단에 입단해서 국내외의 행사에 참여해서 노래를 불렀다. 열다섯 살 때는 합창단의 일원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장에서 노래를 했고, 호주 시드니의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공연을 했다.

샌디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 "저는 여성 합창단에서도 가장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단원이었어요.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이나 미국 국가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내는 대목을 부르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샌디의 음역은 무려 3옥타브에 달했고, 한 때는 줄리어드에 입학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샌디는 줄리어드에 가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가라오케에서든, 혼자 있는 방에서든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샌디의 정체성이었다.

그런데 샌디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노래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하지만 이건 노래와 달리 아무도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꼭꼭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샌디가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건 20대 초, 대학에서 알게 된 트랜스젠더 친구 덕분이다. 그 친구의 집에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주사를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샌디가 자신을 논바이너리(non-binary)이자 트랜스젠더(FTM, female to male)라고 커밍아웃한 것은 그로부터도 몇 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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